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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8 15:34
[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관측기기 직접 제작한 집념의 블랙홀 관측 연구자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86  
1997년 9월 필자가 겐첼 교수와 함께 한 알프스 등반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맨 오른쪽이 필자인 박수종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이며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라인하르트 겐첼 교수다. 박수종 교수 제공.
1997년 9월 필자가 겐첼 교수와 함께 한 알프스 등반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맨 오른쪽이 필자인 박수종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이며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라인하르트 겐첼 교수다. 박수종 교수 제공.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첼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장 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앤드리아 게즈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를 202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상금의 절반을 받는 펜로즈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다는 이론을 명확히 했고, 상금의 절반을 각각 나눠 받는 겐첼 교수와 게즈 교수는 우리은하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관측 증거를 발견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의 상금은 이론과 관측이 1 대 1의 비율로 나눠졌다. 연구 내용의 가치를 상금으로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이는 자연과학 연구에서 이론과 실험이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1997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겐첼 교수 그룹에 박사후연구원(포스닥)으로 참여했다. 이 그룹에서는 매일 아침 티타임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티타임을 하는 도중 각자 연구 진행 내용을 한페이지로 정리해 발표한다. 

 

이 때 블랙홀의 경계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우리은하에 초대질량 블랙홀의 증거를 찾았다고 싱글벙글하던 겐첼 교수의 모습이 기억난다. 겐첼 교수 그룹은 칠레의 남유럽공동 천문대의 구경 3.6미터 NTT 망원경을 활용해 연구했다. 

 

2020 노벨물리학사 수상 직후 라인하르트 겐첼(68)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 연구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공
2020 노벨물리학사 수상 직후 라인하르트 겐첼(68)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 연구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공

당시 게즈 교수 연구팀도 겐첼 교수 연구팀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게즈 교수 연구팀은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새로 준공한 세계 최대 구경 10미터의 ‘켁(Keck) 망원경’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겐첼 교수는 NTT 망원경의 구경이 더 작지만 자신이 직접 제작한 고해상도 적외선 카메라의 성능이 더 뛰어나다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겐첼 교수와 게즈 교수의 연구로 우리은하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두 라이벌이 나란히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블랙홀은 밀도가 너무 커서 탈출 속도가 광속을 넘는 천체이다. 1916년 독일의 천문학자 칼 슈바르츠실트가 블랙홀의 존재를 수식으로 보여준 이후 블랙홀은 사람들의 상상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천체가 되었다. 

 

블랙홀 형성과 물리적 특성에 대한 많은 이론적 연구가 있었지만 관측을 통해 블랙홀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심지어 필자가 대학원 공부를 하던 1990년대 초에는 블랙홀의 확실한 관측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던 천문학과 교수도 있었다. 그런데 블랙홀의 이론을 확립하고 물리적 관측 증거를 발견한 이들이 이번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은하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어떤 은하의 중심에서는 강한 전자기 에너지를 발산하는 활동 은하핵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 에너지의 근원이 초대질량 블랙홀이라고 예상한다. 때문에 이 활동은하핵은 지금도 천문학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다.

 

놀랍게도 우리은하의 중심에도 약한 활동은하핵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은하의 중심에도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을까는 천문물리학자들의 오랜 연구대상이었다.

 

우리은하의 중심에는 두꺼운 성간먼지가 있기 때문에 투과성이 좋은 적외선으로 관측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적외선 관측기기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은하의 중심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겐첼 교수와 게즈 교수는 우리은하의 중심을 자세히 보기 위해 각각 첨단 관측기기를 직접 개발했다. 우리은하의 핵의 밀도를 연구하면 블랙홀의 존재 여부에 대해 알 수 있기에 우리은하 핵 주변의 별 위치를 추적해 궤도 요소를 찾고 여기에서 핵의 질량과 크기를 구하는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이 연구는 수 년 동안 끈질기게 진행해야 조금씩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으로 수상자들의 끈기와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우리은하 중심의 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타임랩스 동영상이다.  출처 ESO/MPE

 

 

박수종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박수종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필자소개
경희대 우주과학과에서 연구를 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 천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서울대 천문학과 조교수,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거대마젤란 망원경(GMT)의 다천체 분광기(GMACS) 제작 연구와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SDSS)의 분광기 제작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링크 :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421